생존기간 vs 삶의 질, 4기 암 환자의 선택

암 환우라면 고비가 오기 전에 우선순위를 미리 결정해두길

환자분들이 삶의 질과 생존기간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삶의 질은 점점 더 나빠집니다. 좋은 질의 삶을 오래 끌고 갈 기회가 점점 더 없어집니다.

암 치료를 하다 보면 고비가 있습니다. 그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병 치료와 달리 암은 환자한테 결정하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의학적인 치료로 환자가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은 경우입니다. 그럴 경우 오히려 환자가 만족하는 치료가 어떤 건지를 모르기 때문에 환자한테 선택하라고 합니다.

 

항암 치료 대신 ‘삶의 질’을 선택했던 환자 사례

 

그럼 환자들 입장에서는 참 당혹스럽습니다. 이 내용에 대한 답을 드리기 전에, 최근에 경험한 환자분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80세 넘은 할머니 환자인데 아주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신장암 4기, 폐로 전이된 4기 진단을 받으시고 항암 치료를 한 차례 받았습니다. 그런데 항암 치료를 하니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다른 대안이 없을까, 찾다가 저에게 왔습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환자분께 삶의 질이 더 중요한지, 생존기간이 중요할지를 생각하면 판단하기가 수월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한 번 생각해보시라고 했습니다. 환자는 당연히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삶의 질이 더 중요하면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가 신장암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삶의 질을 향상하고 생존기간을 더불어 생각하는 그런 치료를 선택하시라고 하고, 저와 치료를 했습니다.

 

실제로 환자는 삶의 질이 훨씬 좋아져서 평생 하고 싶었던 일, 소위 말하는 위시리스트를 다 하고 가셨습니다. 가족과 다 같이 해외여행, 국내여행도 하시고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셨습니다.

 

생존기간과 삶의 질 사이에서 때론 용기 있는 선택해야

 

조금 죄송스러운 것은 다만 1년이라도 생존기간이 길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시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가족들이 어머님의 투병 과정이 정말 고마웠다, 라고 했습니다.

 

만약에 어머님이 항암 치료를 계속 했으면 한 달 더 살았을 수도 있었지만, 계속 병석에 누워서 고통스럽게 지내야 했는데 좋은 질의 삶을 지내면서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고비 때마다 환자분들이 결정을 못하고 미루면 미룰수록 삶의 질은 점점 더 나빠집니다. 좋은 질의 삶을 오래 끌고 갈 기회가 점점 더 없어집니다. 그래서 고비 땐 용기 있는 결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완치가 어려운 암 환우께서는 꼭 삶의 질과 생존 기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미리 결정하고 있으면 고비가 와도 결정하기가 참 쉽습니다. 반드시 삶의 질과 생존 기간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No comments
Write CommentLIST
WRITE COMMENT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