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 후 식이요법, 환자와 보호자의 갈등

처음부터 지나치게 강도 높은 식이요법은 무리일 수 있다

보호자나 환자 모두 기억해야 합니다. 식이요법을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하지 마십시오. 너무 강도 높게 시작했다가 못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가끔 암 치료 때문에 부부싸움이 나서 보호자와 환자가 함께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도 그런 환자 한 분이 오셨습니다. 췌장암 수술을 받은 남성 환자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식단 변화, 몸도 마음도 적응할 시간 필요

 

사실 췌장암 수술은 정말 큰 수술입니다. 수술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소화에 있어 핵심적인 장기인 위, 췌장, 담낭을 모두 건드립니다. 그러니까 소화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게다가 췌장암은 재발률도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로서는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보호자로서 완전히 전투태세에 들어가 있습니다.

 

보호자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암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 빼고, 정말 암에 좋다는 것만 해서 남편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죽을 지경입니다.

 

남편은 암 발병 전에 육식을 즐기던 분입니다. 그런데 수술한 후에 기운이 없어 죽겠는데 자꾸 풀만 갖다 준다고 불만이 있는 것입니다. 기운이 더 떨어진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짜증을 내니 아내는 너무나 서운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주는데 암 환자가 고기를 달라고 하고, 소화가 안 된다고 하며 갈등이 생긴 것입니다.

 

사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호자께서 정말 감탄할 정도로 열심히 해오셨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지점을 놓쳤습니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오히려 어려워

 

육식 위주로 식사를 하던 분이 갑자기 식단을 바꾸면 몸도 적응하지 못합니다. 고기 소화에 필요한 소화액만 많이 나와 있고, 몸이 그 방향으로 세팅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몸이 그런 상태인데 갑자기 이전 식단을 없애고 채식만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또 췌장암 수술을 했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다 영향을 받은 상태입니다.

 

수술로 인해 소화력이 엄청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채식만 강요하면 감당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식이요법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환자나 보호자들은 급하니까 강도를 높게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힘드니까 몇 달 후에는 도루묵이 되어버립니다. 식이요법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이런 설명을 드렸더니 두 분 다 만족해합니다.

 

환자분도 이제 조금 속이 편해졌다고 합니다. 보호자분도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아주 열심히 치료 잘 받고 계십니다.

 

보호자나 환자 모두 기억해야 합니다. 식이요법을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하지 마십시오. 환자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해야 되는 것입니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요령이 훨씬 더 필요한 상황도 있다고 이해를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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