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3분 진료, 제대로 평가하기

빨리빨리 진료, 병 치료는 우수한 한국

우리가 값싸고 빨리빨리 보는 거 같지만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3분 진료와 낮은 진료비에도 높은 의료 수준

 

암 환우 여러분들이 병원에 가시면 참 힘드시죠? 엄청나게 속상합니다. 3시간 기다려서 3분 진료하는 거 정말 속 많이 상합니다.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근무하면서 정말 많이 고민했던 부분들입니다. 3분 진료하면 의사 자신도 ‘너무 기계적이다, 인간미 없다.’고 느끼고 다들 동감합니다.

 

그런데 의사 입장에서 이런저런 변명을 해도 사실 잘 안 먹힙니다. 그런데 오늘 그 변명을 대변해 주는 기사가 나와서 핑계 삼아 얘기를 드려 보려고 합니다.

 

제목은 3분 진료의 성과로 보는 ‘한국 속도’의 힘입니다. 빨리빨리 힘을 3분 진료 성과로 한번 비교해 본 칼럼입니다.

 

최근에 미 예일대학 연구팀에서 학술 보고를 하나 했는데 선진국 22개국 중에 한국이 1인당 소비되는 의료비가 최저라는 것입니다. 최저면 싸구려 진료이지 않습니까? 싸구려 진료하면 치료 성적이 나빠야 합니다. 그런데 암 사망률이 가장 낮습니다.

 

상당히 모순되는 소견이죠. 한국인 1인당 연간 의료비가 2,600달러밖에 안 돼서 선진국의 절반 미만입니다. 그러면 치료성적이 안 좋은 게 당연한데 암 사망률은 최저다.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

 

칼럼을 쓰신 분이 다른 통계를 찾으셨습니다. 그래서 OECD에서 발간된 2019년도 통계집입니다. 여러 가지 통계 중에 건강 관련 Health at a Glance, 한눈에 보는 건강이라는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재미난 걸 뽑아서 내놨습니다.

 

진료비 단가입니다. 진료비 단가가 OECD 평균이 72입니다. 이제 미국을 100으로 잡고, 미국을 기준으로 한 거죠.

미국보다 더 비싼 나라들도 꽤 있습니다. 스위스는 미국이 100일 때 139니까 40% 더 비쌉니다. 한국은 48로, 미국의 반도 안 되고 스위스의 3분의 1밖에 안 되죠. OECD 평균 3분의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진료비가 전체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의사 1인당 환자 보는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보겠습니다. 1년 동안 7,0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는 걸로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OECD 평균은 2,000건을 조금 넘습니다. 한국 환자 상담 건수가 엄청난 양이죠.

 

미국이 1,600명, 실제로 스웨덴, 스위스 같은 데는 700, 800명 수준이고 수가는 우리나라의 3배가 넘습니다.

 

낮은 진료비, 또 환자를 엄청나게 많이 보지만 치료성적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치료가 가능한데 의료 능력이 부족하거나 시스템이 조금 잘못됐거나 이래서 죽는 사람을 따져 봤더니 OECD 평균은 75명인데 한국은 47명입니다.

 

우리나라보다도 치료성적이 더 좋은 나라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이 세 군데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빨리빨리 하지만 환자를 많이 보고 3분 진료하지만, 치료성적은 엄청나다. 저는 이 통계를 보고 참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낮은 병원 문턱, 질 좋은 장비 투자로 치료 성적 높여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국민 1인당 1년간 의사를 만나는 횟수를 통계 낸 게 있습니다. 이거는 OECD에서 1위입니다. 제일 높습니다. 이 얘기는 뭐냐면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사 만나기가 제일 쉽단 얘기죠. OECD 평균이 6.8회입니다.

 

실제로 미국에 살든지 다른 데 살면 진료 받으려면 한 달은 우습게 갑니다. 일반 의사를 보는 데도 그렇습니다. 거기서 전문의한테까지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2~3개월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냥 문만 나서면 저 같은 내과 전문의 아무 때나 오시면 진료 받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병원의 문턱이 낮습니다.

 

그다음에 우리나라 의사의 능력이 탁월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장비 투자가 참 잘 돼 있습니다. 정말 장비가 잘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좋은 점이 있습니다. 비록 3분 진료하지만, 병 치료에 있어서는 세계 1등입니다.

 

한국 진료의 부정적 시각, 수용해야 하는 현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일이 좋은 일만 없습니다. 나쁜 점도 항상 같이 따라옵니다. 빨리 보다 보니까 오진의 위험도 있을 수 있겠죠.

 

빠른 시간에 진료해야 하므로 검사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검토하면 안 해도 될 검사이지만, 이른 시간 안에 후딱후딱 해야 하므로 검사를 조금 더 많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면 불친절한 것을 느끼실 때가 있죠. ‘3시간 기다렸는데 들어가니까 의사가 눈도 마주치지 않더라. 컴퓨터만 쳐다보고 그냥 제 할 얘기만 후다닥 하고 그냥 쫓아내더라. 나는 설명도 제대로 못 들었다. 그래서 무슨 치료가 되는지 기계적으로 그냥 대충 보고 밀어내는 거 같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의사 입장에서 잠깐 변명을 드리면 이런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그 짧은 시간 안에 중환자를 봐야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교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오진하지 않기 위해서 온 정신을 다 집중해야 합니다.

 

‘오진을 내지 않기 위한 전문 의사들의 담당 교수의 필사적인 노력이다.’라고 이해해주시면 의사도 보람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불친절과 오래 대기하는 거 사실상 어떻게 보면 우리가 수용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3분을 내가 잘 활용하는 요령을 빨리 습득 하셔라.’라고 얘기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값싸고 빨리빨리 보는 거 같지만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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