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는 세균이 못 산다는 정설을 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이상하네. 이게 무슨 세균일까? 일주일 동안 산소 공급도 없었는데 어떻게 자랐지?’ 흥미를 느끼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산도가 낮은 위, 세균이 살 수 없다는 논리
위암과 헬리코박터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헬리코박터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도에 의사 마샬이 ‘헬리코박터’라는 세균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위에는 세균이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위의 산도가 엄청나게 낮기 때문에 때문입니다. 위산도가 pH 2까지 내려가는데, 거기서 부식 안 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세균은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사실 그 전인 19세기 초반 소화기학회에 논문이 하나 발표됐습니다. 그 논문에는 위 점막을 잘 보니까 세균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논문은 전 세계 학자들의 맹폭격을 받았습니다.
“연구를 잘못한 거다. pH 2밖에 안 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생명체는 없다. 잘못 봤거나, 혹은 조직을 만지는 중간에 뭔가 이물질이 들어가서 생긴 세균일 것이다. pH 2에서 생존하는 세균이 어디 있느냐?”
이렇게 아주 큰 비난을 받고 논문을 철회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우연히 발견되었다?
마샬 의사는 오스트리아 분인데, 나중에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헬리코박터를 매우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분이 위액을 가지고 세균배양검사를 하고 실험하다가 자기가 세균배양기에 샘플을 넣어놓고는 잊어버렸습니다.
보통 세균배양을 하면 세균이 잘 살게 하려고 산소를 공급합니다. 산소를 공급하고 온도를 맞추고 자동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분은 휴가 가는 데 정신이 팔려서 그걸 정리하지 못하고 휴가를 갔답니다. 휴가를 일주일 갔으니 그 사이에 온도는 잘 유지됐지만, 산소가 다 떨어져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배양기를 열어보니까 거기에 어떤 세균이 자라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내가 뭐 잘못해서 오염됐나보다, 하고 인큐베이터를 다시 소독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분은 ‘이상하네. 이게 무슨 세균일까? 일주일 동안 산소 공급도 없었는데 어떻게 자랐지?’ 흥미를 느끼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위에 실제로 세균이 자라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샬 박사는 산소 공급이 없는 상태의 위에서 세균이 자란다는 것을 처음 발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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