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적은 기적의 치료 대신 이렇게! 암 치료 똑똑하게 하는 법
암 치료에 있어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적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보편타당성이 있는 선택해야 합니다.
기적의 치료법, 누구에게나 적용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혈액종양내과 류영석입니다.
투병 중에 여러 매체를 통해 유혹받을 때가 참 많습니다. 기적의 치료가 있죠. 가령 정말 절망적인 상황에서 숲에 가서 나았다든지, 이런저런 식이요법으로 나았다든지, 대표적인 예가 개 구충제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기적이 모든 사람에게 다 오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나 내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 참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죠. 기적의 치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에 대해서 과학적인 얘기를 드려보겠습니다.
비타민 E와 녹차, 암 예방 & 치료에 관련된 약리학적인 분석
요즘 약리유전학이라고 해서 약의 반응을 유전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이 많이 있습니다. 2~30년 전에 유전자를 해독하는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힘들었죠. 요즘 유전자의 발현, 후생유전학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유전자가 개개인에 따라서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는 부분의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 E에 대한 것입니다. 비타민 E에는 토코페롤이라고 해서 여러분들이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건강식품에도 많이 쓰죠. 1960, 70년대 비타민 E에 대한 연구를 엄청나게 많이 했습니다.
암의 예방 효과에 굉장히 큰 기대를 했고 심지어 치료에도 도움 되는 것까지 기대해서 연구를 엄청나게 많이 했는데 연구 결과에 따라서 암 예방에 도움이 되더라, 하는 것도 있고 암을 더 많이 발병시키더라, 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결과가 들쑥날쑥하죠.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약리유전학적으로 검사를 다시 했습니다. 그랬더니 유전자 중에서 COMT라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약물 대상과 관련된 유전자입니다. 그 유전자를 전부 다 검사했더니 유전자 개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꽤 있더라는 얘기죠.
전체적으로 똑같지만 그중에 한 단백질, 한 핵산이 조금씩 차이가 나죠. 메티오닌-메티오닌 조합이 있었고, 발린-발린이라는 조합을 가진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환자 그룹을 그룹별로 비교해보니까 메티오닌-메티오닌 그룹에서는 암 발병률이 상당히 많이 줄었습니다. 거의 25% 가까이 줄었습니다. 발린-발린의 조합을 가진 암 환자는 발병률이 15%가 더 높아졌습니다.
결국 똑같은 COMT 유전자이지만 하나의 암 요소 안의 변화에 의해서 비타민 E가 해롭기도 하고 이롭기도 합니다.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전부 뭉뚱그려서 통계를 내니까 들쑥날쑥한 결론이 나왔던 거죠.
이런 결론은 비타민 E뿐만 아니라 녹차에 대한 것도 나옵니다. 녹차는 카테킨이라는 성분이 있죠. 그래서 녹차의 항암 성분이라고 해서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약물유전학 분석을 했더니 유전자 발현의 종류에 따라서 간의 독성이 엄청 심한 사람이 있고 별로 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암 치료 현명하게 하는 법, 기적이 아닌 보편적 치료 선택
모든 몸에 있는 수만 종의 효소에 대한 것을 전부 다 유전적으로 분석을 못 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빙산의 일각만 보고 빙산 전체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개 구충제의 극적인 효과를 봤던 분은 정말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았기 때문에 효과를 봤던 것입니다. 내가 그 조건에 맞을 수 있느냐. 기적의 치료가 내게 맞을 수 있느냐에 대한 확률은 매우 낮은 거죠. 그래서 암 치료에 있어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적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보편타당성이 있는 선택해야 합니다. 사실상 어떻게 보면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확률밖에 모릅니다. 내게 오는 yes or no를 알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 전체에 나타나는 효과에 대한 통계이고, 확률입니다. 확률 높은 쪽을 계속 선택하는 것이 내가 치료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거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어느 하나 기적의 치료에 너무 빠지면 절대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