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받기 전에 꼭 챙겨야 하는 것
“꼭 항암 전에 이런 부작용을 챙겨서 항암에 대한 트라우마 없이 잘 극복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암 전문의 류영석입니다.
많은 암 환우분들이 항암치료를 준비 없이 그냥 맞닥뜨리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무방비로 재앙을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갑자기 암 진단을 받아서 선항암을 하든, 수술 먼저 하고 보완적으로 항암치료를 하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처 정신을 가다듬을 틈이 없습니다.
암 진단 자체도 굉장히 충격이고 경험하지 않던 병원이며, 검사며, 주변 정리며 정신을 차릴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방비 상태에서 항암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게 사실은 굉장히 큰 독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항암을 하기 전에 꼭 챙겨야 할 것 몇 가지를 얘기하겠습니다.
1. 항암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버리기
첫 번째는 항암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자, 입니다.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잔뜩 웅크린 상태에서 맞닥뜨리게 되면 부작용이 훨씬 더 커지게 됩니다. 항암치료가 피하고 싶고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존하는 암 치료 중에 항암치료 효과를 능가하는 치료는 없다. 그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수용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은 내려놓자. 이렇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2. 항암제를 어떻게 이길지 생각하기
특히나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내 몸이 이미 암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내 몸의 면역이 암에게 이미 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그래서 암을 진단받은 상황에서는 약의 도움 없이 암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단기간에 내가 어떻게 암을 이길까 하는 생각보다는 내가 어떻게 약을 이길까 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약을 이거야 약이 암을 이길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암을 이기는 거죠. 그 때문에 항암제를 이기는 체력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시고요.
3. 항암제 부작용 예측하고 대비하기
결국 항암제는 부작용 문제인데 우리가 흔히 겪는 부작용이 구역, 구토, 식욕부진 이런 것들이죠. 그런데 실제로 구역, 구토를 예방하는 약은 엄청나게 좋은 게 많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구내염이나 장염이 생기죠. 일주일 정도 고생하면 되는데, 그럴 때 먹는 음식의 종류를 평상시에 즐겨 먹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비위가 상해서 못 먹습니다. 식성이 바뀌는 거죠. 그래서 향기도 없고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 밋밋한 종류의 음식이 오히려 먹기가 수월할 겁니다.
무기력하고 피곤하고, 때에 따라서 근육통이 있고 이런 종류의 부작용이 있는데, 대부분 1~2주 안에 다 사라집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해서 ‘내가 지금 이때쯤 됐으니까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겠다. 부작용이 일주일 있으면 없어지는구나.’ 이렇게 예측하면 극복해나가기가 한결 수월하리라 생각됩니다.
4. 항암치료 전 안내문 숙지하기
우리가 표준용량으로 항암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표준용량이라는 것이 그동안 경험적으로 사용했던 환자들한테 비교적 효과도 있고 견딜 만한 정도의 부작용이 있는 것이 표준용량이지 개인에 대한 용량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체질이 항암제에 매우 민감한 사람은 표준용량인데도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첫 번째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면 나에게 굉장히 큰 트라우마가 되고요. 두 번째, 세 번째 항암치료도 견뎌내기가 굉장히 어렵게 됩니다. 물론 첫 번째 항암에서 부작용이 심하면 부작용 정도에 따라서 용량을 조절합니다. 나에게 맞는 용량으로 바꾸는 거죠.
그러나 첫 번째 항암에서 너무 심한 부작용이 온다든지, 혹은 항암 부작용을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두 번째 항암에서도 두려움과 부정적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항암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은 항암을 하게 되면 병원에서 미리 항암 교육을 받습니다. 안내문도 다 나옵니다. 내가 어떤 종류의 항암제를 맞을 것이며, 그 약의 부작용은 어떤 게 있는지 등 상세한 정보가 제공됩니다.
그런데 워낙 정신없이 허둥대다 보니까 그것조차 읽어볼 시간이 없습니다. 항암주사를 맞고 부작용이 나타날 때 비로소 그걸 쳐다보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에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항암치료 전에 안내서를 꼼꼼히 읽어서 어떤 부작용이 언제 나타날지에 대해서 한번 더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길을 갈 때 언제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면 훨씬 불안합니다. 그러나 모르는 길이지만 미리 이정표를 파악하고 있으면 그 길이 한결 수월합니다. 항암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작용에 대한 것을 미리 숙지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나름대로 하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갑니다.
그래서 첫 번째 항암을 무사히 넘기면 대부분 두 번째, 세 번째 항암은 쉽게 넘어갑니다. 특히 약물에 대해서 예민한 체질, 또 허약 체질 이런 분들한테는 부작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꼭 항암 전에 이런 부작용을 챙겨서 항암에 대한 트라우마 없이 잘 극복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