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아무리 어려워도 선택은 환자 스스로 내려야
치료의 결정은 환자의 몫입니다. 의사는 환자분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치료를 해드리는 것입니다.
그저께 상담할 때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상담하는 분의 질문에 제가 충분하게 만족스러운 답을 드리기가 어려웠던 사례입니다.
직장암 재발, 이민 생활 접고 한국에 와야 하는지 묻던 보호자
내용은 이렇습니다. 보호자분이 오셨습니다. 남편의 보호자로. 캐나다에 거주하시는데 2년 반 전에 S결장에 직장암이 생겨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권유받아서 항암치료를 하는 중에 너무 힘들고 백혈구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항암치료를 1/3쯤 받다가 중도 포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검사하다가 지난달에 검사했는데 폐에 뭔가 보이는 거예요. 굉장히 충격적이고 당황했죠. 환자 본인은 상당히 컨디션도 좋고 불편한 것 전혀 없는데 재발되었다니까 당황한 거죠.
뭔가 보이니까 병원에서는 이 자리를 조직검사를 하자, 이렇게 해서 거의 한 달 후에 조직검사 날짜가 잡혔습니다. 보호자나 환자분이 당황스럽고 다급해진 거죠. 그래서 한국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보호자인 부인이 오신 거예요.
그분들이 가장 답답한 부분은 도무지 캐나다에서 일이 진척이 안 된다, 그래서 조금 더 좋은 치료를 받으러 한국에 와야 되겠는데 그러면 그동안 캐나다에서 쌓아놓은 모든 기반을 접고 와야 된다, 그런데 다 정리하고 들어오면 치료가 잘 될 수 있겠냐. 결국, 질문은 그겁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한 결정은 의사가 해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치료 경험 많아도 의사는 환자 대신 결정할 수 없어
왜? 암이 럭비공 같아서 미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가령 예를 들어서 직장암이 폐로 전이가 되면, 그게 폐에 보이면 암일 가능성이 90% 이상인 거죠.
또 그분이 열심히 치료해도 다시 재발하고 완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2/3 이상 됩니다. 70~80%가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오셔서 치료가 100% 되면 당연히 오라고 하죠. 그런데 자꾸 의사가 결정해주기를 바라는데 그건 제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죠.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말싸움 비슷하게 결론이 났습니다. 그분은 집요하게 뭔가 결정을 해주길 바라고, 저는 책임질 결정을 못하는 입장이고.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로서는 참 당혹스럽고 또 상담을 마치고 나간 분한테 상당히 미안하죠. 그 먼 데서 찾아왔는데 내가 시원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십시오, 라고 결정을 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도 그 부분을 모르니까 해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항상 하시는 말이 ‘경험이 많으니까, 우리보다 나으니까 답을 주세요.’ 경험이 많아도 저 역시 모릅니다. 알면 당연히 답을 드리죠.
참 답답할 때가 많은데. 그런 치료의 결정은 환자의 몫입니다. 저는 환자분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치료를 해드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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