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 회복 속도와 개인 체력에 따라 판단해야
항암제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매우 심합니다. 그러므로 ‘오래’라는 기간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백혈구 수치와 체력을 모니터링 해보면 기준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항암제를 얼마나 쓰는 게 오래 쓰는 것인지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항암제를 오래 쓰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한 후에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약에 대한 반응에 따라 개인차 심해
우선 항암제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매우 심합니다. 약에 대한 과민성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감기약을 다른 사람보다 2~3배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보통 감기약 하나만 먹어도 인사불성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약에 대한 감수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항암제는 단일 약재 성분으로 이루어진 약이 아닙니다. 여러 개의 조합을 쓰는 약재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조합의 약을 얼마만큼의 용량으로 쓰는지에 따라 독성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항암제를 얼마나 쓰는 것이 오래 쓰는 것인지 딱 잘라서 말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약의 종류와 체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2~3년 항암제를 맞아도 잘 견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개월만 맞아도 몸이 완전히 망가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기간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백혈구 수치와 체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개인에 따라 다르다면 기준을 어떻게 삼아야 할까요? 첫 번째 기준은 백혈구 수치입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항상 백혈구 수치를 검사합니다.
항암제를 맞으면 백혈구 수치가 떨어집니다. 이 수치가 얼마 만에 회복되는지 그 기간을 잘 살펴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에서는 대부분 3주에 한 번 항암제를 최대 용량으로 투여합니다. 그리고 3주 후에 다시 항암제를 맞으러 갑니다.
만약 항암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백혈구 수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항암치료를 연기합니다. 이렇게 연기하는 것이 두세 번 반복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것이 바로 항암치료 중단을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두 번째 기준은 체력입니다. 백혈구 수치는 잘 유지되지만 항암제를 맞은 이후 3주 동안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항암치료 기간 중 절반 이상을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체력 손상이 심하다면 항암치료 중단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객관적이고 확실한 기준입니다.
완치를 위한 치료인지 연명을 위한 치료인지 생각해야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지금의 항암치료가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명 연장을 목표로 하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완치를 목표로 한다면 조금 위험 부담이 있어도 지속해야 됩니다. 완치를 위한 치료는 6개월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1년 이내에 끝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힘들어도 버티면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완치가 아니라 연명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라면 다릅니다. 이 경우 득실을 잘 따져야 됩니다. 이 치료로 인해 잃는 것은 무엇이고 얻는 것은 무엇인지 잘 따져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