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의사가 하는 치료, 왜 내 생각과 다를까?
암 치료, 선택의 기회는 한 번밖에 없습니다.
근거 중심의 의학, 세 가지 조건
환우 여러분들, 병원에 가시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시죠?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의사가 판단하는 것과 환자가 생각하는 것에 괴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며 판단 기준을 들 때, 근거 중심의 의학을 강조합니다. 근거 중심이 엄격한 기준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조건은 객관성입니다. 수치로 치료 성적이 나와야 합니다. 둘째, 재현성입니다. 치료를 반복해도 치료 성적이 똑같이 나와야 합니다. 셋째, 보편성입니다. 다른 사람이 해도 똑같이 나와야 합니다. 암 치료 시에는 이 세 가지 조건에 만족해야 합니다.
가능성 있는 모든 치료 vs 가능성이 확인된 치료
병원에 가면 치료에 관한 임상 시험도 없고 연구도 부족하다는 얘기를 흔히 듣습니다.
담당 의사는 효과가 인정된 치료만 한다고 얘기합니다. 이처럼 근거 중심의 의학이 아주 굳건합니다. 여기서 벗어나면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엄격한 사회적인, 제도적인 요구가 있는 거죠.
반면에 근거가 미약한 얘기를 막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로 인한 피해자가 상당히 많아집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이 엄격한 것입니다. 근거 중심의 의학 치료를 보편적으로 효과가 좋은 치료로 봅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치료 경과가 항상 100%는 아닙니다. 치료 경과가 잘못될 때도 있고 좋아질 때도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하고 싶습니다. 사실 그 효과는 담보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치료를 하고 싶은 욕구는 매우 큽니다.
대학병원에서는 표준치료, 즉 보편성을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환자가 생각하는 치료는 개별성이죠. 환우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 즉 나에게 효과적인 치료를 생각합니다. 의료진은 근거 중심의 의학을 고집하지만, 환우는 가능성 있는 모든 치료를 하고 싶어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보편성 있는 의료 행위입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확률로 같은 효과를 보는 보장된 치료만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환우 입장에서는 개별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의사도 마음속으로 가능성이 있는 모든 걸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효과에 대한 담보가 없다는 겁니다. 근거 중심의 의학을 기준으로 하면 득보다 실이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가능성 있는 모든 걸 하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가능성 있는 뭐든지 다 하자’와 ‘가능성이 확인된 것만 하겠다’는 차이죠. 결국 치료는 확률입니다. 우리는 확률이 높은 치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암 치료, 선택의 기회는 단 한 번
꼭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다른 병의 치료와 암 치료는 다릅니다.
가령 당뇨의 혈당 조절은 한 번쯤은 이렇게도 해보고 치료가 잘 안 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혈압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고 효과가 좋지 않으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암 치료에서는 선택의 기회는 단 한 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우 현명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암 치료, 선택의 기회는 한 번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암 치료 방법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