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과잉 정보 버리고 전문가와 내 역할 구분하기
암 환우 여러분들, 공부 너무 많이 하지 마십시오. 내 알 것만 알면 오히려 그것이 치료 전략을 짜고 고비마다 내가 판단할 때 더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암 치료에 방해가 되는 과다한 정보
‘암 진단받은 후에 어떻게 치료 전략을 현명하게 짤까?’ 두 번째 얘기입니다.
첫 번째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굉장히 중요하죠.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전체 치료 계획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두 번째는 전문가 역할과 내 역할을 구분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암을 진단받고 나면 정말 당황스럽기죠. 그래서 생소한 용어들도 있으니 인터넷도 찾고 암 치료 어떻게 되느냐 찾습니다. 정보를 정말 많이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정보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더 문제가 큽니다.
저는 항상 ‘세상 이치가 모자라는 게 차라리 좀 더 낫다.’고 하면서 지나치는 것이 훨씬 더 독이라는 말씀을 자주 드립니다.
그래서 정보 과잉 시대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까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들어가면 모르는 얘기들이 정말 많습니다. 항암제 종류가 어떻고, 세포 신호전달체계가 어떻고, 표적치료가 어떻고 이런 정보가 넘쳐나죠. 정신이 휑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우리가 그렇게까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암 치료를 연구하는 학자, 의사가 되겠다는 의과대학생은 전문 지식을 알아야 하겠죠. 하지만 암 환우 입장에서는 꼭 알아야 할 지식이 그렇게 깊지 않습니다.
내 병이 어떤 병인지, 지금 상태가 어떤지, 림프절에 전이가 가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 치료 계획이 어떻게 되는 건지, 또 예후가 어떻게 되는지 그 정도만 알면 됩니다. 그런데 정보를 찾다 보니까 자꾸 궁금하죠.
또, 내가 이것도 모르면 암 치료가 안 될 것 같고 이러다 저러다 보니까 머리에 완전히 쥐가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오판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치료 계획에는 정말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판단 능력이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밤을 새워도 전문적 지식 판단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이 전문적인 지식을 이해하기조차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적 지식을 구태여 독파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까 오히려 기본이 보이지 않습니다.
치료 전략 짜는 법,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
그래서 정보 과잉 시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역할을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죠. 전문가인 의사의 역할이 뭔지, 또 의사가 못 해주고 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관리할 수 없는 것이 있죠. 치료 계획을 짠다든지, 어떤 약을 쓸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한 것은 전혀 몰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의사에게 맡기면 되는 거죠. 그런데 전문적 지식을 내가 이해하고 알고 판단하려니까 오히려 더 멍한 것입니다.
그래서 관리할 수 없는 부분은 아예 뚝 떼서 맡기십시오. 병원에서 의사가 못 챙기는 것,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것을 오히려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굉장히 중요하죠. 그렇게 해야만 치료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어떻게 보면 나무에 집착하면 숲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에서 맡길 것은 맡기고 그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는 그런 숲을 보면 길이 보이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암 환우 여러분들, 공부 너무 많이 하지 마십시오. 내 알 것만 알면 오히려 그것이 치료 전략을 짜고 고비마다 내가 판단할 때 더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