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스스로 시작하는 식이요법, 이런 맹점이?
식이요법의 목표를 건강 증진이나 유지가 아니라 질병 치료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암 진단 후 가장 많이 하는 식이요법
오늘은 식이요법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암 진단받고 난 다음 시작하는 식이요법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같이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상당히 많은 암 환우분들이 암 진단 후에 식이요법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암 진단 후에 식이를 제한하는 것은 암 치료를 방해한다는 양쪽의 이론이 매우 팽팽합니다.
실제로 암 진단 후에 가장 많이 하는 시도 중의 하나가 좋은 병원을 찾는다, 좋은 주치의를 찾는다, 이런 것들은 당연히 하는 것이지만 그 이외에 가장 많이 하는 시도가 식단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식단을 바꾸는 방법이 암 환자한테 나쁜 음식,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암 성장을 촉진하는 음식, 해독하는 음식, 면역을 증강하는 음식, 유기농 등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면서 바꾸시죠.
그래서 결국 고기는 먹으면 안 되고, 인스턴트는 안 되고, 당분도 안 되고, 소금도 피해야 한다고 하죠. 결론적으로 거치고 가다 보면 유기농, 현미, 채식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 환우들뿐만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까 외국도 비슷합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식이요법을 하는 암환우
이탈리아에서 조사해서 2018년도에 발표한 논문이 있습니다. 1,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56%, 반 이상이 암 진단 후에 음식을 바꿨습니다.
주로 식이요법으로 하는 것이 술 안 먹는 것, 붉은 고기 피하는 것, 가공육 피하는 것, 단 음식 피하는 것 이런 순서대로 식이요법을 합니다. 어떤 분들은 15%에서는 특별한 다이어트를 하죠. 그것은 식이라든지, 저탄고지라든지 그런 식이요법을 도입합니다.
이 논문의 결론은 뭐냐면, 결국은 암 진단받고 음식을 바꾸는데 거의 인터넷에 쓰여 있는 정보를 종합해서 특별한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무분별하게 식이요법을 하기 때문에 해로움이 더 많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식이요법을 하면서도 암 환우분들은 항상 갈등을 느낍니다. ‘이게 진짜 제대로 되는 거냐, 맞아?’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더라, 그런 얘기입니다.
스스로 식이요법을 할 때 생기는 문제점
시드니에서는 암 생존자 지원 센터라는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암 생존자 지원 센터는 제가 이름을 붙였습니다. 암 치료를 무사히 다 마친 생존자들의 생활을 관리해주는 데가 있는데 암 치료를 마치고 완치 의지로 등록해서 음식이나 생활을 관리받는 것을 얘기하겠죠.
거기에 보면 식습관에 관한 설문지와 더불어 3일간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식사 일기를 작성하고 난 다음에 등록하도록 했습니다.
520명, 90% 이상의 환자가 설문지를 작성하고 식사 일기를 54%가 작성했습니다. 대상자의 연령은 57세가 평균이고 68%가 여성입니다. 그리고 암 종류는 유방암 41%, 대장암 31%, 혈액암 17% 순서로 많습니다.
55%는 암 진단받고 난 다음에 음식을 바꿨다고 합니다. 역시 야채, 과일 섭취량을 늘린다, 붉은 고기를 피한다, 당분을 피한다, 지방질 안 먹는다, 유제품 안 먹는다는 식이죠.
건강보조식품을 어느 정도 섭취하느냐에 대해서는 안 먹는 사람도 있지만, 8가지도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균 2가지 정도는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이 섞여 있죠.
3일 식사 일기를 영양전문가에게 의뢰해서 분석해봤더니 20%에서는 야채 섭취량이 권장량보다 부족하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전부 야채를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기를 적어보니까 실제로 적게 먹고 있습니다. 40%는 과일을 권장량보다 적게 먹는다고 합니다.
매우 큰 맹점인 거죠. 자기가 알아서 식이요법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식이요법의 목적, 질병 치료가 아닌 건강 증진에 두어야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치료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과 건강을 증진하고 유지하는 목적이 있을 때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죠. 그런데 식이요법의 목표를 건강 증진이나 유지가 아니라 질병 치료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도 암을 치료하는 것이고, 식이요법도 암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인식해서 실행하는 것. 이게 아마 가장 큰 오류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병 치료를 하니까 내가 힘들고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하는 정신으로 식이요법을 하게 되죠. 적극적인 사람일수록 적극적인 식이요법을 하고 음식을 이것저것 제한을 많이 하고, 피하다 보니까 결국은 부작용이 일어나서 영양실조가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