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지능이 있는 존재인가?
“내 몸을 암세포가 생활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이해하셔야겠습니다.”
지능 시스템이 되기 위한 4가지 요건
암 전문의 류영석 원장입니다.
제가 최근 논문을 보다 보니까 제목이 참 흥미롭습니다. ‘Is cancer an intelligent species?’라는 제목입니다. ‘암은 지능이 있는 존재인가?’ 하는 논문이 있었습니다. 이건 논문이라기보다는 개념에 대한 정리를 위한 토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능을 갖춘 시스템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더라고요.
- 첫째는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한다. 그런 능력이 있어야 한다.
- 두 번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잘 반응해야 한다.
- 세 번째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 네 번째, 상호소통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 기능을 갖춰야만 지능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지능 시스템 조건을 갖춘 암세포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세균이든 암세포든 단일세포도 세포 하나하나가 네 가지 기능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고 예상치 못한 환경에 도달하면 활동을 멈추어서 동면 상태에 들어가기도 하고 세균들이나 암세포들이나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암세포가 내 몸을 파괴하는 파괴적인 존재긴 하지만, 전이가 일어날 때 전이 암세포가 혈액 속에 들어가면 엄청난 공격이 닥치고 또 원격 전이가 일어나면 전혀 새로운 장소에 적응해야 합니다. 암을 그런 데서 살아남는, 적응하는 매우 진화되고 지능적인 존재로 봐야 한다는 게 이 논문의 요지입니다.
우리가 암과의 전쟁에서 실패하는 원인이 암을 단세포 집단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암세포를 죽일까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암은 항암제가 들어와서 방사선이 들어와서 괴롭혀도 내성이 생긴다든지 또 주변 미세환경이 생존에 적합하지 않으면 동면하는, 활동을 정지하는 정도까지 가고 있습니다.
암세포보다 훨씬 더 진화된 우리 몸
동물들이 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암세포도 진화한다. 그래서 지적인 개체로 인식해야 만 암 치료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암 환우분들이 “그렇게 지능적인 존재가 내 몸에 들어와서 내 몸을 다 파괴하면 내가 어떻게 하느냐?”라고 생각하겠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왜? 내 몸은 더욱더 진화된 개체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내 몸이 방어막을 잘 만들고 있기도 하고 또 하나는 동일 암세포가 천의 얼굴을 가지고 계속 바뀌는 건 사실 아닙니다. 세포분열을 빠르게 하면서 자손을 많이 만들어내죠.
그래서 그 자손 중에 생존에 부적합한 것은 다 없어지고 변한 환경에 적합한 세포만 살아남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적자생존 법칙이 아주 잘 적용된 그런 세포기 때문에 한 가지 세포가 이렇게 저렇게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은 내 몸의 환경을 잘 만들어서 암이 성장하지 못하는 내 체질을 만드는 것이 암 치료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게 이해하시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래서 암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공격적으로 없애고 말살시키려고만 해서는 치료 실패하기가 쉬운, 어떤 면에서는 지적인 능력이 있는 존재다. 그래서 내 몸을 암세포가 생활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이해하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