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골라서 파괴하는 중입자 치료 / 중입자 치료 알기 2
“중입자 치료는 기능이 개선된, 힘은 더 세고 부작용은 더 줄인 종류의 방사선 치료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류영석입니다.
이번에는 중입자 치료에 대해서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정확한 표현으로 얘기하면 탄소이온 방사선 치료입니다.
일반 방사선 치료 vs 입자(양성자, 중입자) 방사선 치료 차이
방사선은 어떤 실체가 있다기보다 에너지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무게가 별로 없습니다. 그냥 바람과 같은 거라고 얘기를 드렸고, 입자는 바람처럼 오는데 거기에 알갱이가 들어 있는 겁니다.
큰 그림에서는 엑스레이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 입자를 이용한 입자 방사선 치료. 이렇게 구분하시면 됩니다.
입자 방사선 치료에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가 있습니다. 중입자는 가운데 중(中)이 아니라 무거울 중(重)의 입자입니다. 그래서 무거운 입자를 가지고 치료하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입자가 커도 속도가 없으면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입자를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만드는 것이 선형 가속기라는 기계입니다.
빛의 속도의 70% 정도까지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도 선형 가속기를 통해서 빠른 속도로 만들어서 고에너지를 만들고, 양성자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만들고, 탄소이온을 이용하는 중입자 치료도 선형 가속기를 통해서 에너지를 많이 올립니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 선형 가속기 규모 차이가 많이 납니다.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방사선 치료의 선형 가속기는 큰 가구 만한 크기가 됩니다. 양성자 치료를 하기 위한 선형 가속기는 방에 가득 찬 크기의 기계입니다. 중입자, 탄소이온을 빛의 속도 70%로 만들려면 그 크기가 집채 만해집니다. 아주 커집니다.
방사선에 이용되는 입자선의 선량으로 따지면, 엑스레이에 비해서 양성자 치료의 선량은 2천 배가 됩니다. 중입자는 탄소이온이기 때문에 2만 4천 배가 됩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큰 파괴력을 갖게 되는데, 우리 몸의 세포에 미치는 파괴력은 일반 방사선에 비해서 2~3배의 효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저산소 암세포도 파괴할 수 있는 게 중입자 치료입니다. 저산소 암세포는 방사선에 매우 저항하거든요. 그러나 중입자 치료는 저산소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입자 방사선 치료 특징과 장단점
입자 방사선의 특징이 있습니다. 브래그 피크 (Bragg peak)라고 얘기하는데 정지가 가능한 피치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엑스레이는 그냥 통과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양성자든, 중입자든 입자 방사선은 들어와서 목표 지점에서 정지(stop)하면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오고 소실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에서 풍선 얘기를 드렸습니다.
풍선이 5개 있으면 방사선은 처음부터 통과하면서 모든 풍선에 영향을 다 줍니다. 입자 방사선은 4번째 풍선을 파괴하려면 4번째에 도달해서 거기서만 폭발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앞의 3개, 뒤의 1개의 풍선에는 영향이 전혀 없다. 즉 부작용이 굉장히 적다는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자 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이 적고 워낙 세기 때문에 치료 시간이 굉장히 짧습니다. 일반 방사선 치료는 30분 쪼인다면 양성자나 중입자 치료는 5번에서 3번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적게, 간편하게 할 수 있어서 고령층이나 체력이 안 되는 사람도 가능합니다.
또 일반 방사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여러 암 종류도 포함될 수 있겠고요. 최소 전이암, 즉 전이 병소가 3개 이하인 경우에는 각 병소마다 방사선을 쪼여서 완치를 넘보는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장점을 얘기 드렸는데, 단점이 있습니다.
이전에 방사선 치료 얘기를 드릴 때 방사선 치료는 전신 치료가 아니라 국소 치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중입자 치료,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의 일종이다. 그래서 국소 치료다. 전신에 암이 퍼져 있으면 치료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두 번째는 선형 가속기의 크기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 장비기 때문에 치료비 역시 비싸고 현재는 의료보험도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고가의 치료다, 라고 이해하시면 되고요.
아직은 대규모 임상 성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양성자 치료, 일반 방사선 치료 이렇게 치료 성적을 비교한 게 없습니다. 중입자 치료가 이론적으로는 훨씬 더 좋을 거로 생각되지만, 과연 그럴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심지어는 양성자 치료도 입자 방사선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많이 줄인 치료거든요. 그런데 임상 시험에서 3상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그런 임상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아보이는데 아직은 확실치 않다,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총정리를 하자면 중입자 치료는 기능이 개선된, 힘은 더 세고 부작용은 더 줄인 종류의 방사선 치료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화제의 중입자 치료에 대해서 두 편에 걸쳐서 일반 방사선에 대한 이해, 입자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들어봤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