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MRI의 한계, 진짜 암 조기 진단법은 따로 있다

CT, MRI의 한계, 진짜 암 조기 진단법은 따로 있다

“혈액으로 암을 확진하는 시대가 되면 암을 매우 조기에 진단할 수 있고 재발도 매우 빨리 발견하고 치료 효율도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방법 ‘액체 생검’

암 전문의 류영석입니다.

암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암의 진단은 영상의학적인 병변이 존재해야 하고, 그 영상의학적인 병변을 조직검사를 통해서 암세포를 확인해야만 암이 최종적으로 진단됩니다. 근데 이게 한계가 많이 있는 거죠.

그래서 최신 연구 방향은 어떻게 하면 좀 더 간편하게 혈액을 이용해서 피검사 한 번으로 암을 최종 진단할 수 없을까, 하는 그런 연구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액체 생검’이라고 얘기합니다.

과거에는 현미경을 통해서 세포의 모양을 확인하는, 즉 암세포를 확인하는 것이 최종 진단이었다면 액체 생검은 유전자의 변형을 혈액 속에서 확인해서 암을 진단하는 거죠.

 

대장암 검진을 위한 액체 생검법 연구 논문

세계적으로 액체 생검을 집중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회사도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Guardant Health라는 회사입니다. 여기는 주로 암 관련 액체 생검 진단기법을 연구해서 개발한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서 대장암 검진에 사용할 수 있는 액체 생검 기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유용할 것인가 하는 것을 임상시험을 했습니다.

논문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2024년 3월 14일에 발표된 논문입니다. 대장암 검진을 위한 액체 생검법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연구 참여 기관이 정말 막강합니다.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워싱턴대 의대,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메이오 클리닉 등 쟁쟁한 연구기관 위주로 했습니다.

대장내시경을 통해서 대장암으로 진단된 7,861명 거의 8,000명 가까운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했습니다. 대장암이 진단되면 환자의 혈액을 30~80cc 정도 뽑아서 혈장을 분리해서 Guardant Health의 중앙 연구실에서 분석했습니다.

분석하는 방법은 다양한 유전자 변형을 복합적으로 일종의 빅데이터 AI를 이용한 거죠. 그래서 유전자의 변형, 유전자의 메틸화, 유전자가 분해되는 양상, 패턴이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해서 양성, 음성으로 판정하는 기법입니다.

그 결과, 대장암 환자로 진단된 7,861명에서 83.1%의 양성이 나왔습니다. 음성은 16.9% 그러니까 민감도가 83%입니다. 대장암 1기, 2기, 3기 환자에서는 민감도가 87.5%입니다. 대장암 환자 10명의 혈액을 검사하면 9명에서 양성이 나오고 1명은 음성이 나옵니다. 검진으로써 민감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액체 생검, 진정한 의미의 암 조기 진단될 것

그런데 이게 어떤 임상적 의미를 갖느냐?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전에는 암을 진단하는 데 영상의학적인 병변이 있어야만 그다음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콩알 정도 크기의 암이 있으면 조기 진단이라고 얘기합니다. 콩알만 할 때 겨우 우리가 알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콩알 크기의 암은 1cm3(1세제곱센티미터)이고 1cm3 안에는 10억 개의 암세포가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암세포가 우리 몸에서 자리잡아서 10억 개가 될 때까지 우리는 깜깜이라는 거죠. 생물학저긍로 보면 절대로 조기가 아닌 거죠.

어떤 면에서는 암 진단이 느려져서 치료 성적이 안 좋고 암덩어리가 10억 개의 콩알 크기 정도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기 때문에 치료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그래서 암 완치율도 낮은데요.

암세포의 유전자 흔적이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은 혈관 신생이 이뤄지고 나면 됩니다. 암에서 성장 중에 암과 혈관이 연결되는 시기가 언제냐? 그때는 암이 200만 개만 있으면 그 이상 혈관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혈관이 연결되는 데 그때 크기가 2mm3입니다. 즉 깨알 크기입니다. 깨알 크기의 암이 있어도 혈액에 암세포의 유전자 흔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영상의학적으로 진단했을 때 깨알만 한 암이 보이지 않아도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으면 우리가 암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암이 조기 진단이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 암 치료가 매우 수월하고 효율적이고 더 잘 되는 시대가 올 거라는 거죠.

재발 방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발이라는 결론을 낼 때까지는 역시 영상의학에 나타나는 콩알 크기가 되어야만 비로소 재발이라고 얘기합니다. 이처럼 혈액에서 깨알 같은 재발 미세암이 있을 때 우리가 알 수 있으면 매우 효율적인 암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혈액으로 암을 확진하는 시대가 되면 암을 매우 조기에 진단할 수 있고 재발도 매우 빨리 발견하고 치료 효율도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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