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가 도덕적 의무감으로 받는 치료

말기 암 환자가 도덕적 의무감으로 받는 치료

“지지적 치료, 완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가족을 포기하는 것 결코 아닙니다. 패배자가 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질의 삶을 더 오래 살 수 있는 선택.“

 

암 치료에 있어서 과잉치료 혹은 무익한 치료를 경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암 환자가 치료로 인한 효과의 기대는 거의 없으면서 부작용과 비용만 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암 전문의 류영석입니다.

 

말기 암 환자 30%, 사망 한 달 전 무익한 급성 치료(수술, 방사선, 항암치료)

통계를 내면 말기 암 환우들의 30%가 치료 효과가 거의 없는 급성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암뿐만이 아니고 거의 모든 말기 환자의 사망 6개월 전부터는 급성 치료 사용량이 훨씬 더 많았고, 사망 직전 한 달에 급격히 증가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치료비 청구되는 통계를 보면 사망자의 1년 진료비가 일반인에 비해서 9.3배 더 높습니다. 특히 주사료는 22배가 더 높고요. 입원료는 12배가 더 높습니다.

 

말기 암 환자 치료 결정하는 다양한 심리

말기 암 환자의 치료 결정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심리인자가 있을 수 있죠. 첫 번째가 심리적 고통입니다. 우울, 불안, 적응 장애, 무기력감 이런 것들이 심해서 지나친 치료 집착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그다음 두 번째가 실존적 영적 고통입니다. 내 삶의 의미가 상실이 되고 존엄성이 저하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온다든지 이렇게 되면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료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고요.

그다음 정서장애인데, 특히 그중에서도 분노가 말기 암 환자들의 완화 치료 회피 혹은 치료 결정 지연에 작용을 한다.

그 다음에 이제 네 번째가 자기의 존엄성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거에 따라서 치료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가 가족, 사회적 요인과 갈등. 가족 부담이라든지. 사회적 고립이라든지. 경제적 스트레스 뭐 이런 것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정리하면 이렇게 5가지가 정리가 되는데 연구들의 대부분은 환자나 가족이나 의사가 어떻게 합리적인 결정을 하느냐에 집중이 돼 있습니다. 감정적 과정, 특히 도덕적 감정에 대한 연구가 된 바가 없습니다.

 

암 환자의 도덕적 심리 과정이 환자의 고통과 치료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

그런데 금년에 Heath Psychology라는 저널에 발표된 논문이 매우 흥미로워서 같이 얘기를 해볼까 싶습니다. 논문의 제목이 예후가 좋지 않은 암 환자의 도덕적 심리 과정입니다. 암 치료에서는 일반적으로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싸워야 된다, 이런 개념들이 마치 도덕적으로 어떤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즉 치료를 안 하면 패배자가 되는, 포기자가 되는 그런 수치감을 느낀다든지 그런 것들이 치료 방향 결정에 어떻게 되느냐 하는 연구입니다.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인 암 환자 300명 접촉을 하고 그 중에 125명이 참여를 했습니다.

 

도덕적 의무감으로 공격적인 치료 시 삶의 질 & 생존 기간 ↓

도덕적 과정을 평가하는데 크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가 도덕적 감정. 도덕적 감정이라는 것은 암이 악화될 경우에 느끼는 수치심, 죄책감, 당혹감 이런 겁니다.
두 번째가 도덕적 동기입니다. 가족에 대한 의무감으로 득이 되지 않는 치료를 지속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질문으로 한 겁니다.
세 번째가 도덕적 수행. 가족이나 의사 앞에서 실제보다 더 낙관적이고 건강해 보이려는 노력 그러니까 안 아픈 척하는 노력을 하는 거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도덕적 동기가 높을수록 가족에 대한 의무감이 높을수록 삶의 질보다는 생명 연장 치료를 선호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그 다음에 사전 돌봄 계획을 논의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돌봄을 회피한다. 그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다음에 의사 앞에서 가족 앞에서 아프지 않은 척을 더 세게 하는 사람일수록 완화치료보다는 공격적인 치료를 더 선호하더라, 하는 것이 이 논문의 결과입니다.

이 논문에서 따로 코멘트 문항이 있습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암 환자들 대부분은 타인을 위한, 잠재적으로 유익하지 않을 수 있는 암 치료를 계속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고 타인 앞에서 실제보다 더 나은 기분을 느끼려고 노력을 했다. 이러한 도덕적, 심리적 과정을 다루는 것은 환자의 정서적 안녕을 개선하고 진행성 암 관리의 과잉치료를 줄이는데 중요할 수 있다, 하는 그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환자가 느끼는 도덕적 의무감 때문에 무익한 치료를 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더라. 특히 가정을 지켜야 된다는 도덕적 의무감, 또 내가 치료를 안 받으면 패배자가 되는 것 같아서 수치스럽기도 하고, 내가 치료를 안 받으면 포기하는 것 같아서 그것이 곧 가족을 포기한다, 하는 이런 도덕적 의무감 때문에 더 공격적인 치료를 선택해서 결과적으로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존 기간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준다. 그렇게 해석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암 치료는 암과 싸우는 것만이 전부 다가 아니라는 것. 암의 악화가 내가 패배자가 아니라는 걸 치료 중단이 가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환자가 잘 인식을 하도록 도와준다면 최선의 치료 선택으로 좋은 질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이렇게 정리를 해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지지적 치료 · 완화 치료는 높은 삶의 질, 생존 기간 연장

말기 암 환우여러분, 지지적 치료, 완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가족을 포기하는 것 결코 아닙니다. 패배자가 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질의 삶을 더 오래 살 수 있는 선택이다. 이렇게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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