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후 꿈꾸는 전원생활, 정말 좋기만 할까?
여차하면 다시 원상 복귀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는 전원생활은 적극 추천합니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
혈액 종양 내과 전문의 류영석입니다. 오늘은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암 환우 가족들을 위한 조언입니다. 최근에 시골로 이사 가시고 정말 힘들어하는 분을 봤기 때문에 이 얘기는 꼭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암 진단을 받고서 수술 받고 항암하는 급성기 치료를 다 마친 뒤 한숨을 돌리고 나면 전원생활을 한 번씩 다 꿈꿉니다.
이 도시 생활이라는 것이 매일 바쁘고 공기도 좋지 않고, 또 각박하고 메마르다는 나쁜 기억들만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시골에 가서 좋은 공기 마시며 텃밭도 가꾸고 운동도 하는 여유로움을 많이 꿈꾸고 덜커덕 집을 팔아 이사하게 됩니다.
감성적으로, 생각으로는 저도 전원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면서 편한 건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불편한 건 기억에 참 많이 남습니다. 사실 도시 생활에서 평상시에 느끼는 그런 익숙함, 편리함은 우리가 잊어버립니다. 불편한 것만 생각납니다.
전원생활의 치명적인 문제
그 때문에 도시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공기 안 좋고 사람에 치어서 사는 일상, 복잡함 같은 것만 생각납니다. 하지만 막상 시골에 가면 불편한 점이 엄청 많습니다. 도시에서 살면 오래 있던 것, 편의시설도 없죠. 또 문화적 이질감도 굉장히 큽니다. 사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어찌 됐든 암이 더는 말썽을 피지 않으면 고생하더라도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확률이 높지는 않더라도 재발하게 되면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가신 분에게는 전원생활이 재앙으로 변합니다.
도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항암 치료 받고 힘든데 또 돌아가야 되고, 스케줄 맞추는 것도 그렇고 이런 것들이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암 환우 가족들께는 집을 팔고 완전히 이사 가시는 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퇴로가 있는 해결책
퇴로가 없는 공격은 때에 따라서는 재앙을 초래합니다. 그러나 퇴로가 보장된 변화라면 저는 적극 추천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도시에 있는 거주지는 당분간 그대로 두고 일시적으로 렌트한다든지 세컨드 하우스를 만든다든지 그런 식으로 서서히 바꿔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여차하면 다시 원상 복귀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는 전원생활은 적극 추천합니다. 그러나 완전한 이사를 생각하신다면 꼭 신중을 기하시고 현실적인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하신 뒤에 판단하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