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기능 개선으로 병을 치료한다? 큰 오류!
“병 치료와 몸의 기능 개선은 차이가 큽니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류영석입니다.
병 치료 vs 기능 개선은 다른 개념
암 진단을 받고 나면 치료 전략을 짜는 데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인터넷이나 여러 군데서 찾다 보면 솔깃한 요법 등을 접하게 됩니다. 대개 자연치유나 이런 쪽에서 얘기하는 부분은 우리 몸의 신체 기능이 좋아지면, 즉 자연치유 능력이 회복되면 면역 기능이 개선되면 암도 물리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원칙적으로 저는 맞다고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론을 떠나 현실적으로 돌아와서 생각하고 판단하실 때 병을 치료한다는 것과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 두 가지를 놓고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결함이 있는 신체의 부분을 찾아서 교정하는 걸 의미합니다.
고혈압이면 높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쓰는 거고, 당뇨가 있으면 당을 관리하는 여러 약물을 쓰는 거고, 다리에 골절이 있으면 수술하는 거고, 세균 감염이 있어서 폐렴이 왔으면 항생제를 쓰죠. 이런 병의 치료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고 경험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병을 치료한다는 것과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병을 치료하는 방식이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에 기능을 개선하는 것도 그런 방법으로 접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런 걸 먹으면 면역 기능이 올라간다, 뭐를 하면 NK세포가 활성화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그걸 먹어서 내 면역 기능이 호전되면 암도 낫겠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병 치료와 기능 개선은 차이가 큽니다.
면역 기능 개선으로 병이 낫기 어려운 이유
우리 신체 기능이라는 것은 어떤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균형 있게 어우러질 때 좋은 기운이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에 그 원인을 특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결함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결함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막연하죠. 그리고 광범위합니다. 그런데 단순한 논리로 이런 부분을 자극해서 신체 기능이 좋아진다, 라는 이름 그대로 적용하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는 신체 기능을 개선하는 데는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요법을 열심히 해도 기능이 개선이 됐는지 오히려 나빠졌는지 결과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항암치료 후 항암체질 만드는 요법이 맞는 순서
결론적으로 얘기를 드리면 기능 개선을 해서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성립하지만 현실적으로 거기에 너무 의존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병을 치료하고 신체 기능을 개선해서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려면 치료와 기능 개선을 동시에 병행해야 합니다. 만약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으면 치료를 우선적으로 하고 뒤따라서 기능 개선을 하는 것이 전체 치료의 순서에 맞습니다.
암 치료에 있어서도 암 세포를 사멸하거나 공격하는 항암치료와 내 신체 기능을 강화하는 항암체질을 만드는 그런 요법들을 겸해야 하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기가 너무 버겁습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둔다면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내 몸의 체질을 바꾸는, 내 몸에 있는 암세포를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근본 치료를 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얘기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