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췌장암, 문화의 차이, 환자와 보호자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문화 차이를 깨닫게 한 사례들

외국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극한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전혀 다릅니다. 암 치료를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문화라는 것이 참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아내의 고통을 바라만 보던 외국인 남편

 

최근에, 옛날 환자분과 최근 환자분이 비교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자분, 유방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요가 강사였는데 요가 하는 남자분이 배우자로 계셨어요.

 

여자가 유방암에 걸렸는데 요가 분야에서 일을 하니까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커서 거슨치료를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아주 맹렬하게.

 

그리고 실제로 멕시코까지 가서 현지에서 식이요법 진단, 치료받고 그렇게 열심히 했던 분인데. 초기에 저에게 왔었습니다.

 

초기부터 저는 표준치료를 우선시하고 보충으로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설득을 했는데 절대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고. 어찌됐건 식이요법을 했지만, 병은 계속 진행이 되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폐에도 전이가 되고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환자분한테 직접적으로, 환자가 묻지 않는 상황에서 얘기를 하기가 어려워서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사이에 배우자, 남자를 불렀습니다. 남자는 백인입니다. 외국인. 그래서 환자의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치료들이 있고, 옵션이 있고, 이런 설명을 했는데 다 하고 나니까 환자 보호자가  ‘왜 그 얘기를 나한테 합니까?’ 라고 얘기를 해서 참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냐. 아무리 외국문화에 젖어있는 이기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답을 할 수가 있냐. 처음에 왔을 때는 간도 빼줄 것 같이 얘기를 하더니 상황이 나빠지니까 저런 얘기를 하다니. 아주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통을 나누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한 한국인 아내

 

최근의 췌장암 환자. 이번엔 반대입니다. 남자가 암 환자입니다. 아내는 한국분입니다. 보호자로서 가장 큰 애로가 뭐냐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참 속상하다. 너무 안쓰럽고, 힘들어하고 그래서 내가 뭔가를 도와줘야 되겠는데 내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걸 먹으면 안 되지 않냐, 이런 걸 더 먹어야 좋겠다,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환자가 너무나 부담을 갖는다.’ 그게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접근하기에는 뭔가 큰 벽이 있는 것 같아서 참 힘들다.’ 서로 힘들어한다는 겁니다. 어떨 때는 밤에 인기척이 나서 일어나보면 환자가 혼자서 아파서 쩔쩔매고 있는데 절대 자기를 깨우지 않는다는 겁니다. 굉장히 서운하다는 겁니다.

 

크고 작은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 키워야

 

그래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유방암 환자 생각이 났습니다. 아, 이게 문화의 차이인가보다. 뭐냐면, 지금 그 남자 췌장암 환자분은 내가 고통스럽고 아픈 것은 나의 문제이고 그래서 사랑하는 당신한테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것이 그분의 생각인 것입니다.

 

그런데 동양적으로는 내가 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해야겠는데 벽을 치니까 굉장히 거북하다는 거죠. 실제로 외국 사람들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극한 상황이 오면 대처방법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제 국제시대가 됐으니까 조금 이해를 하고 접근하는 것이 맞겠다,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 차이가 꼭 그 부분뿐이겠습니까? 일상생활하면서 서로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오늘의 현명한 자세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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