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적 지식 바탕으로 환자의 상황까지 파악하는 박사는 드물어
물론 암 치료에 있어 대학병원 표준치료가 단연 으뜸입니다. 당연히 그것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바다의 일을 잘 아는 사람의 조언을 들어야 합니다.
박사라는 학위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암 치료에 있어 골치 아픈 박사 두 종류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박사 학위 있다고 모든 치료를 넓고 깊게 알 순 없어
박사(博士)라는 한문의 정의는 이러합니다. 어떤 일에 정통하거나 숙달된 사람을 뜻합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의미가 통했습니다.
옛날 박사들은 정말 넓을 박(博)자에 어울리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사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생각을 다르게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에 대한 박사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박사라고 하면 암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것은 착각입니다.
대학교수라고 하면 대부분 박사입니다. 그분들이 암에 대해 모든 걸 알 것이라고 환자들은 대부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무식한 것이 박사이고, 대학병원 교수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만 박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학문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지식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암 관련 논문도 너무나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 논문들을 읽고 소화하는 것조차 굉장히 버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가 있을수록, 어떤 한 분야에 정통할수록 점점 한계가 생깁니다. 범위가 점점 더 좁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대신에 학문의 깊이가 굉장히 깊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박사는 넓은 지식을 가진 박사가 아닙니다.
좁고 깊게 아는 사람이 바로 그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아는 분야 이외에는 오히려 깜깜이입니다. 그게 바로 무식한 거죠. 전공이 더 깊으면 깊을수록 전공 바깥쪽에 대해 더 무식하다는 것입니다.
대안적 치료에 무지한 박(博)사의 문제점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메트로놈 항암치료 때문입니다. 한 환자가 메트로놈 항암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병원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암제를 아무리 맞아도 몸만 상할 뿐, 암은 자꾸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메트로놈 항암치료를 하다가 대학병원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갔더니 대학병원 의사가 메트로놈 항암치료를 크게 비난했습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항암제 용량을 왜 이렇게 쓰는가, 왜 엉뚱한 진단을 하는가, 하면서 화를 낸 것입니다. 그 얘기를 들은 환자가 저한테서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사실 자신이 좀 곤란한 입장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겁니다. 대학병원 표준치료는 암을 타격하기 위해서 하는 치료입니다. 메트로놈 항암치료는 대학병원 표준치료로 치료가 잘 되지 않을 때, 암 주변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입니다.
공격대상이 전혀 다르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전쟁할 때 육지에서 쓸 수 있는 무기가 있고, 바다에서 쓰는 무기가 있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육지밖에 모르는 사람이 바다의 일에 대해 같은 논리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바다에 대해 무식합니다.
물론 암 치료에 있어 대학병원 표준치료가 단연 으뜸입니다. 당연히 그것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바다의 일을 잘 아는 사람의 조언을 들어야 합니다.
육지의 일은 육지 전문가에게, 바다의 일은 바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대학병원 교수에게 대학병원 이외의 치료에 대한 결정을 맡긴다면 굉장한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상 얕은 지식만 아는 박(薄)사도 문제
또 다른 박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골치 아픈 박사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엷을 박(薄)의 박사입니다. 이것은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소위 인터넷 박사들을 말합니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지식이 폭이 너무 얇기 때문에 오판을 합니다.
그들은 자기 생각에는 암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안다고 여깁니다. 얇은 지식에 끼워 맞추니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이 역시 참 골치가 아픕니다. 결국, 환자들 스스로가 잘 구분해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입니다. 이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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