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전이 시점, 암이 커지기 전에 이미 진행돼
놀랍게도 임상적으로 진단될 수 없는 크기, 아주 미세한 크기에서 이미 암이 전이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암 치료에서 암의 전이가 중요한 이유
암의 전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 암 연구 재단인 AACR에서는 매년 연례보고를 합니다.
2013년 연례보고에서 암은 200가지 다른 종류 병을 총칭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암에 대한 정리에서 “암 환자의 90%는 전이 때문에 사망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암 치료에서 전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이 관리가 되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전이가 무섭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대의학은 암의 전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전이가 일어나느냐? 또 어떻게 일어나느냐?” 이에 대해 명확하게 정립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암의 전이는 암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일어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씨앗을 뿌리면 그것이 어느 정도 자라야 하고, 열매를 맺을 때도 어느 정도 커야 합니다. 이처럼 암도 어느 정도 크기가 커지고 나서 전이를 일으킬 거라고 막연한 추측을 하는 것입니다.
암의 전이 시점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
그런데 제가 굉장히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보았습니다. 네이처 제네틱스라는 잡지에 올해인 2019년 6월에 발표된 논문입니다. 대장암 환자의 전이가 언제부터 일어나는지 전이 시점에 대한 연구입니다. 암의 전이 시점, 진단적 지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 상황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연구입니다.
대장암 환자 중 간에 전이가 있거나 뇌에 전이가 있는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조직 표본 118개를 분석합니다. 대장(원발부위), 그리고 전이가 있는 간이나 뇌(원발병소부위)의 조직을 전부 이용하여 유전자 정밀 분석을 하고 통계 처리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환자의 81%, 21명 중 17명이 임상적으로 진단될 수 없는 크기, 아주 미세한 크기에서 이미 암이 전이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크기냐면 0.01㎤입니다. 조직이 깨알보다도 작은 시점에서 이미 전이가 일어난다는 증거를 잡은 겁니다.
원발부위의 조직과 전이암 조직의 유전자 비교
정상 세포가 돌연변이에 의해서 암세포로 바뀝니다. 그 돌연변이 여러 개가 시간이 지나 커지면서 중첩되는데,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 변형이 있습니다. 그것을 드라이버 진(driver gene)이라고 합니다.
드라이버 진의 손상 시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이가 아주 빨리 일어난 쪽의 유전자 분석을 해봤더니 이 조직의 조상이 원발부위인 대장의 조직과 동일했습니다.
암이 진단되고 알 수 있는 시점은 원발부위입니다. 그런데 전이된 부위 조직의 유전자 유형을 따지니까 원발부위와 똑같았습니다. 따라서 암 진단을 받은 후, 암이 커졌을 때 생긴 조직이 아니라 굉장히 빠른 시기부터 생긴 것이었습니다.
또 전이암 중 빠른 전이와 늦은 전이를 분석해보니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많이 커졌을 때 생긴 조상과 유전자가 비슷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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