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상태에 대해 솔직히 알려주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환자에게 사실대로 얘기하고 열심히 적극적으로 치료받게 해야

환자한테 있는 그대로를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환자가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열심히 치료받을 수 있고 그것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길입니다.

 

 

 

거짓 희망은 암 치료에 독

 

요즘은 암 진단을 받을 때 환자가 병원에 혼자 가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같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 3기나 4기로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가 얼마나 상심할까,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싶어서 가족들이 환자를 속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치료가 상당히 어려운 암인데도 환자한테 괜찮을 것처럼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거짓으로 얘기하는 희망 그 자체가 암 치료의 가장 큰 독입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넘어갑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뭐 별거 아니라고 수술만 하면 잘 낫는다, 항암치료 두 번만 하면 잘 낫는다고 얘기를 하는데 실질적으로 환자가 느끼는 기분은 다릅니다. 의사도 심각하고 가족들도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 심각하고, 돌아서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면 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구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불신이 생깁니다.

 

또 하나는 암 치료 자체가 상당히 고통스럽고 힘든 치료입니다. 환자는 내 병이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치료를 받아야 되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또 때에 따라서는 병이 낫기 힘들다고 하니까 가족들이 몸에 좋다는 것을, 병원 바깥의 치료까지 찾아다닙니다. 환자가 생각하기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마음으로 치료를 성실히 받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반지세포암, 미분화암임에도 환자에게 2기의 가벼운 암이라고 얘기했던 보호자와의 상담

 

가장 최근에 경험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먼저 저를 찾아와서 상담했습니다. 어머니가 암 3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데 병원에서 치료 결과를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말에 다른 치료를 할 수 없을까 물어보려고 온 것입니다.

 

제가 환자의 차트를 보니 미분화세포암에 반지세포암이 위 기저부인 식도 가까이에 있어서 재발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환자는 처음부터 고주파 온열치료도 하고 겨우살이 주사 등 여러 요법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상담을 끝내고 나가는 순간 딸의 얘기가 어머니가 너무 충격을 받을까 봐 2기라고 말씀을 드렸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펄쩍 뛰었습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고, 2기 암인데 왜 이렇게 난리를 치고 하겠느냐, 과연 환자가 치료를 열심히 받겠느냐, 그건 아니다. 나한테 맡겨달라고 얘기했습니다.

 

며칠 후 환자와 가족들이 같이 왔습니다. 환자를 보니 표정이 남편과 딸이 하도 사정하고 윽박지르니까 억지로 끌려왔습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걸 하느냐는 떨떠름한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환자한테 본인 병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암 2기라고, 수술하고 항암 치료하면 잘 낫는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의 암은 반지세포암이고 미분화암이라고, 식도에 바짝 붙어서 생겼기 때문에 재발의 위험률이 상당히 높으니 이렇게 치료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환자가 그때야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

 

지금 이 환자는 치료를 열심히 잘 받고 있습니다. 항암치료, 힘들지만 씩씩하게 잘 받고 있습니다. 병원에 일주일에 두세 번 오는 거, 힘들지만 잘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치료를 아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희생도 감사하고 저의 노력도 감사하다고 합니다.

 

과연 그분한테 거짓희망으로 별거 아니고 잘 치료될 거라고 얘기했으면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겁니다. 재발하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를 하고, 오히려 열심히 간호해준 가족들을 원망하게 됩니다. 진작부터 제대로 알려줬으면 내가 더 열심히 했을 것이고 그러면 이렇게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한테 병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 굉장히 힘들다는 것 인정합니다. 그러나 환자한테 있는 그대로를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환자가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열심히 치료받을 수 있고 그것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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